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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 탐색

2025-09-01조회수 172
작성자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인간의 가치 탐색

“인간은 무엇인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인간과 세계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인간의 가치 탐색’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지음
188×254 | 600쪽 | 무선
30,000원 | 2025년 9월 1일
ISBN 978-89-8222-804-9 (03300)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던져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답을 찾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가 펴낸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 사회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스스로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은 바로 그 힘,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해답을 발견하고, 발명해가는 인간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던져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그 답을 찾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가 펴낸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한다.

문명을 만들고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인간
역사의 오류를 수정하며 세계를 변화시켜가는 인간
‘후마니타스(HUMANITAS)’


이 책은 인간을 단순히 태어나고 죽는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탐구자, 끊임없이 자신과 삶을 만들어가는 발명자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 앞에서 단순히 해답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답을 발명하고, 때로는 과감히 혁신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인간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첫째, ‘인간은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존재’다. 인간은 성장과 변모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인간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탐구자이자 자기 발명자다.

둘째, ‘인간은 해답을 발명하는 존재’다. 인간은 문제 앞에서 기존의 답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창안한다. 공자, 예수, 칸트가 남긴 말 역시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공통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시대의 해답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언어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질문과 문제에 대한 응답이었는지를 파악하고, “그 해답이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삶을 만들고 발명하는 존재’다.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 살다가 죽지만, 인간은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점에서 특별하다. 볼테르의 묘비명, 이오덕의 소박한 무덤, 사마천의 “태산보다 무겁고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은 모두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었다. 이렇듯 인간은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며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요컨대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인간을 “자기 삶과 해답의 발명자”로 바라보며, 인간이 문명을 전개해오는 과정에서 추구하고 탐색해온 가치들을 추적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인간형 ‘후마니타스(humanitas)’는 문명을 만들고 문명에 참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인간, 문명을 성찰하고 문명의 잘못된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보려는 인간을 말한다. 그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응답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온 자다. 문명의 아침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전개해온 그 모색의 긴 과정이 ‘가치 추구와 탐색의 여정’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을 통해 독자는 오랜 서사의 중요한 순간과 장면들을 만나고, 인간의 사랑과 욕망과 행동의 동기들을, 그의 꿈과 희망의 목표 지점을 이해할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판단과 선택, 사랑과 우정, 욕망과 행복, 개인과 공동체, 나와 타자, 공감과 관용 등 인간 삶의 본질적 주제를 다룬다. 각 장에는 동서양의 고전에서 발췌한 텍스트가 실려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과거의 문헌이 아니라 오늘을 향한 생생한 메시지로 제시된다. 저자는 고전 읽기를 “대화”로 규정하며, 고전이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을 자극해 삶을 다시 발명하도록 이끈다고 강조한다. 공자나 예수, 칸트의 말이 오늘날에도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시대를 넘어 오늘 우리의 질문에 응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 사회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스스로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은 바로 그 힘,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해답을 발견하고, 발명해가는 인간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는 이 지상에 왜 없지 않고 있는가? 나는 왜 사는가?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이며 누가 주는 것인가? 나는 왜 이것은 좋아하고 저것은 싫어하는가? 나는 왜 친구들을 사랑하고 또 증오하는가? 나를 좌절시키는 것은 무엇이며 그 좌절을 이겨낼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책머리에> 중에서)

『인간의 가치 탐색』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런 근본적 물음에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인간은 질문하는 순간 탐구자가 되고, 성찰하는 순간 자기 삶의 발명자가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은 곧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며 자기 삶을 빚어가는 과정과 같다. 이 책은 그 길을 비추는 성실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차례


책머리에 … 4

CHAPTER 1 호모 에로티쿠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1. 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 버트런드 러셀 … 20
2. 에로스의 기원과 성질 • 플라톤 … 22
3. 필리아(philia): 우애에 대하여 • 아리스토텔레스 … 34
4. 인(仁)이란 무엇인가 • 배병삼 … 40
5. 공감하는 유전자 • 요아힘 바우어 … 52
6. 에로스와 문명 • 지그문트 프로이트 … 58
7.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66
8. 남녀의 짝짓기 전략 • 전중환 … 76
9. 세 가지 사랑 이야기 • 오비디우스 … 84
10. 지독한 우정 • 공선옥 … 102

한 조선 여인의 편지 … 50
그때 • 허수경 … 83

CHAPTER 2 소유와 행복의 역설―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 헤로도토스 … 116
2.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 로버트 스키델스키/에드워드 스키델스키 … 124
3. 부르주아 사회에서 화폐의 힘 • 카를 마르크스 … 136
4. 현대 문화에서의 돈 • 게오르크 짐멜 … 140
5.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행복이란 무엇인가 • 아리스토텔레스 … 150
6.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 파스칼 브뤼크네르 … 164
7. 이기적 인간을 위한 변명 • 양주 … 170
8. 행복한 자아를 팝니다 • 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 … 180
9. 우리는 소비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 장 보드리야르 … 194
10. 보석 • 기 드 모파상 … 208

유용(有用)과 무용(無用)의 사이에서 • 장자 … 158
수바 비구니와 난봉꾼 • 『쿳다까 니까야』의 「테리가타」 … 204
기다리는 사람 • 최지인 … 163
이력서 쓰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203

CHAPTER 3 자유를 향한 몸짓―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1.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 넬슨 만델라 … 216
2. 개인의 탄생 • 로베르 르그로 … 226
3. 자연적 자유에서 정치적 자유로 • 존 로크/장자크 루소/토머스 홉스 … 232
4.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240
5. 소요유(逍遙遊) • 장자 … 246
6. 군중심리 • 귀스타브 르 봉 … 252
7. 두 가지 자유 • 이사야 벌린 … 264
8. 자본주의와 자유 • 밀턴 프리드먼 … 272
9. 신자유주의와 자유의 위기 • 한병철 … 282
10. 지속 불가능한 자유주의 • 패트릭 드닌 … 290
11. 나는 편의점에 간다 • 김애란 … 300

문화 산업을 통한 대중의 획일화 •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 258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 299

CHAPTER 4 불환빈 환불균 (不患貧 患不均)―고르지 못한 세상, 어떻게 대응할까

1. 천도(天道)는 있는가 • 사마천 … 314
2. 정언명령 • 이마누엘 칸트 … 322
3. 공리의 원칙에 대하여 • 제러미 벤담 … 330
4. 도덕은 동감에서 나온다: 도덕감정론 • 애덤 스미스 … 334
5. 인간이 인간인 이유: 맹자의 정의론 • 배병삼 … 344
6. 차별 없는 사랑, 겸애 • 묵적 … 358
7. 악의 평범성: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366
8.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로랑 베그 … 372
9. 수치 • 프리모 레비 … 380
10. 전태일 평전: 바보회의 사상 • 조영래 … 390
11. 안티고네 • 소포클레스 … 400
12.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위험하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422
13. 변명 • 이병주 … 432

기게스의 반지 • 플라톤 … 318
나는 걷는다 • 이문재 … 329
어떤 관료 • 김남주 … 343

CHAPTER 5 환대의 식탁―타인은 내게 누구인가

1. 누가 이웃인가 • 루가의 복음서 … 450
2.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기 어려운가 • 지그문트 프로이트 … 452
3. 만물은 서로 돕는다: 상호부조론 • 표트르 크로포트킨 … 464
4. 재난 속에 피어난 공동체 • 레베카 솔닛 … 470
5. 협력의 진화 • 리처드 도킨스 … 480
6.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회자본 • 로버트 퍼트넘 … 490
7. 대동서(大同書) • 캉유웨이 … 498
8. 대도시와 정신적 삶 • 게오르크 짐멜 … 510
9. 우정의 조건 • 김현경 … 520
10.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이 • 윌리엄 포크너 … 534

얼굴 • 에마뉘엘 레비나스 … 460
공동체에 대한 헌신 • 페리클레스 … 486
영원한 평화를 위한 세 번째 확정 조항 • 이마누엘 칸트 … 530
있다 • 진은영 … 459
방문객 • 정현종 … 529
업힌 • 안희연 … 533

CHAPTER 6 호모 프로스펙투스―더 나은 삶을 향한 꿈

1. 인공 지능의 타자로서의 인간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546
2. 상호의존의 정치학: 돌봄민주국가 • 김희강 … 554
3. 모두를 위한 평등 • 김지혜 … 560
4. 지구의 파괴를 더 이상 성장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 마야 괴펠 … 570
5. 인기 있는 디지털 자아 • 라우라 비스뵈크 … 580
6.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 588



지은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경희대학교에서는 교양교육을 혁신을 위해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10대 교양 대학으로 뽑혀 국내외에서 교양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은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 양성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며, 이를 위해 중핵교과를 신설하고 시민교육과 사회봉사를 강화했고, 교양교육 내용을 전면 쇄신했다.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은 탐구 활동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 합리적 설명의 능력인 과학적 사고, 공감의 공동체 가치를 인지하는 봉사정신, 지구사회의 공통문제를 풀 수 있는 세계시민적 역량과 사회적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문화적 능력의 함양을 지향하고 있다

· 고봉준(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위원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미적근대성 연구: 이상과 김수영 문학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음.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고석규비평문학상, 젊은평론가상 수상. 저서로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모더니티의 이면』, 『유령들』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사는 것인가? 이웃은 내게 누구이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세상의 타자들과 내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내 식탁에 어떤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가?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 정의와 연대할 수 있는가? 고르지 못한 세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찌할 것인가? 정의가 실종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내 인생을 덮칠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명령과 복종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때 어찌할 것인가? 미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불의한 것에 굴복할 것인가? 국가는 내게 무엇이며 애국심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사랑과 배반, 성공과 실패, 영광과 수치의 모든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판단을 행사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가 만나게 될, 그리고 만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질문이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본질적 질문이다. 이 책은 그 본질적 질문들을 만나고 그 질문의 도전에 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책머리에)
-10쪽

“열네 살 때 나는 자살을 생각했다. 인생이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 따분한 인생을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 (1967~1969)에 써넣은 한 대목이다. 자살을 생각했던 아이는 자라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이끈 인권 운동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98세까지 살았다. 그가 말년에 돌아본 그의 일생은 열네 살 때 그를 따분하게 했던 그런 인생이 아니었다. 그의 삶을 이끈 뜨거운 열정과 그가 평생을 바쳐 추구한 가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의 글은 그가 자서전에 쓴 프롤로그다. (<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20쪽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기뻐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우리를 환희와 비탄,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게 하는 것이 ‘사랑(에로스)’이라면 이는 도대체 사랑의 어떤 성질 때문인가? 에로스에 대해 최초의 철학적 탐구를 시도한 사람은 플라톤이다. 그의 대화록 『향연 (Symposium)』은 사랑/욕망이라는 문제를 다룬 강력한 텍스트이며 대학이 계승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사랑과 욕망에 관한 후대의 저작들 가운데 『향연』의 통찰에 빚지지 않은 경우는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이 저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향연』은 어느 날 여섯 명의 아테네 지식인들이 모여 ‘에로스’에 관해 발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편의 발제문이 수록되었다. 하나는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에로스론이고 다른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에로스론이다. (<에로스의 기원과 성질>)
-22쪽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후, 경제학이 인간의 삶을 ‘경제’의 이름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은 삶’이라는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좋은 삶 대신 ‘효율적인 삶’ 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가치(values)’는 ‘효율(efficiency)’로 대체된다.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느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고 좋은 삶 대신 효율적인 삶이 추구되기 시작한다. 효율적인 삶에서는 “내 욕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것인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되고 욕구 충족이 ‘삶의 목적’이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말할 뿐 욕구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한다. ‘욕구’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족의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정도’란 없기 때문이다. ‘충분’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충분’을 추구함으로써 현대인의 삶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워졌다. 이런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인간의 삶다운 의미와 목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스키델스키 부자가 저서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문제에 대한 해답이다. 경제학, 철학, 정치학을 두루 공부한 그들은 어떤 해답을 내놓고 있는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124쪽

현대사회에서 ‘행복’은 ‘의무’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행복이 각자의 의무로 간주되면서 행복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은 무능하고 불행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는 행복해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할 책임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불행감에 사로잡힌다. 자기가 무능한 인간이라 인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무능력이 드러날까 두려워 행복한 척 연기하기도 한다.
‘건강’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은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대신 건강을 위해 음식의 재료와 성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의무’로 부가하고 있다. 현대인은 행복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브뤼크네르는 말한다. 행복을 좇는 일이 일종의 형벌이 되고 “나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의 의무가 되어버렸다는 브뤼크네르의 진단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브뤼크네르가 현대인의 행복 추구 방식에서 진정으로 문제 삼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이 의무로 여겨질 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164쪽

신자유주의 이후에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워졌을까?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변화를 이미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시장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실업과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졌다. 친기업적 행보와 복지재정 축소는 불평등을 확대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시장가치 또는 시장원리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든 돈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고,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시장적 가치가 개인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자유>)
-272쪽

무엇이 정의인가? 『국가론』에서 트라시마쿠스는 “권력이 정의다”라고 나서고 소크라테스는 “변덕은 정의가 아니다”라며 정의의 불변 토대를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의의 문제에 매달린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죄와 벌』에서는 세상의 불의 때문에 실성해버린 한 여자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시장 바닥을 헤맨다. 그 미친 여자의 후예들은 지금도 소설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장을 열기 위해 선택된 글은 뜻밖에도 2천 년 전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를 쓰면서 제기한 질문 — “하늘의 도리[天道]라는 것이 과연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오랜 기간 중국인의 세계관과 윤리, 인식론과 존재론의 토대가 되고 세상을 바르게 할 도덕적 질서와 정의의 기초이자 통치 권력의 근거로 여겨진 것이 천도다. 그 ‘천도’를 향해 사마천은 “이것이 천도란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사기』 전편을 통틀어 이처럼 신랄하고 절절한 질문이 따로 없다. 그것은 고르지 못한 세상을 향한 사마천의 항의다. (<천도(天道)는 있는가>)
-314~315쪽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따지는가? 혹 그 행동이 선한지 악한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를 먼저 따지지 않는가? 더 단순히 말하면 인간은 일단 괴롭고 힘든 일은 무조건 피하고 즐겁고 기쁜 일을 좇는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적 방식 아닌가? 그렇다면 이 같은 행복 추구 본능에 따라서 선과 악을 판단할 수는 없는가? 어떤 행동의 ‘결과’가 나의 행복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다수의 행복을 증진한다면 그 행동은 옳은 것이 아닌가? 이처럼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두고 왜 우리는 그 이상의 도덕적 행동 기준을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공리의 원칙에 대하여> 해설 중에서)
- 330쪽

「루가의 복음서」의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유대인의 이웃이 아닌 자가 유대인을 구출한 이야기다. (…) 이 이야기에 나오는 율법 교사(그는 말할 것도 없이 유대인이다)가 나사렛 예수에게 던지는 질문(“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은 일종의 도전이다. (…) “당신에게는 누가 이웃인가? 유대인 아닌 자가 당신의 이웃인가?”라고 도전적으로 묻고 있는 셈이다. 또 그 율법 교사에게 예수가 들려준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텍스트 배후에 이런 반격을 담고 있다. “유대인은 유대인을 돕지 않았다. 그를 도운 것은 사마리아인이다. 그렇다면 누가 유대인의 이웃이냐?” 종족, 지체,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를 초대해서 한자리에 앉고자 했던 것이 나사렛 예수가 차려 보인 ‘환대의 식탁’이다. (<누가 이웃인가>)
-450쪽

우리는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은 나사렛 예수가 인류에게 준 가르침이지만 그 명령은 불가능하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주문은 아닌가? 오히려 “네 이웃이 너를 사랑하는 만큼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겠는가? (…)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에는 많은 이웃 가운데 ‘우리’의 범주 안에 들어오는 이웃만 이웃이라고 보는 시각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범주에 끼지 못하는 이민족, 이교도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 역사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프로이트는 우리가 문명의 이름으로 숨기고 있는 폭력성, 공격성, 파괴성을 드러냄으로써 사랑의 허구성을 과감히 폭로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이런 비관적 시각은 폭력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나는 나와 다른 이웃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기 어려운가>)
-452쪽

절대적 환대는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절대적 환대가 그녀의 말대로 가능할까? 아니면 가부장제를 보완하는 국가 시스템으로 그녀가 제기한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아니라면 다른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정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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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공 지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때 우리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결코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인공 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날 상당수의 사람들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적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기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인공 지능이 등장해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과거에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내세워 자연을 인간보다 낮은 것으로 인식했으나, 오늘날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성적 능력에서 인공 지능이나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기계에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허용하지 말아야 할지 숙고하게 만든다. (<인공 지능의 타자로서의 인간>)
-546쪽

오늘날 사람들은 GDP를 높이는 것이 곧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자원의 남획, 산림 벌채, 화석연료 연소가 발생할 때 GDP가 상승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부의 증가로 간주하는 저 사고방식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지구의 파괴를 더 이상 성장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570쪽